두 달 동안 거의 매일 Claude Code와 일했다.

기획 논의, 구현, 배포, 장애 대응, 문서 작성, 발표 준비까지. 세션 로그와 마크다운 문서가 꽤 쌓였다.

어느 날 데모 발표를 끝내고 문득 물어봤다.

"지금까지의 대화, 우리가 쌓아온 문서, 내가 요구했던 것들을 다 분석하면 — 나는 어떤 사람에 가까워?"

이상한 질문 같지만, 생각해보면 이 AI는 특이한 위치에 있다.

내 동료들은 내 결과물을 본다. 상급자는 내 보고를 본다. 하지만 이 AI는 내 과정을 봤다. 내가 무엇을 먼저 묻는지, 어디서 망설이는지, 뭘 고집하고 뭘 바로 수용하는지, 실수한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어쩌면 회사의 누구보다 내 작업 로그를 많이 본 존재다.

돌아온 답

답변은 칭찬 일색일 거라고 반쯤 예상했다. AI는 사용자에게 우호적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래서 조건을 붙였다. 근거 없는 말은 하지 마. 관찰된 행동만 가지고 말해.

돌아온 분석은 네 가지로 요약됐다.

하나. "끝까지 닫는 사람."

기능을 만들면 끝이 아니라 변경 내역, 매뉴얼, 공지, 피드백 답글까지 한 사이클을 반드시 닫는다는 것. 근거로 든 게 재미있었다 — 어느 아침에 현업 문의가 들어왔고, 분석 → 구현 → 배포 → 답글 게시까지 반나절에 끝난 날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냥 바쁜 하루였는데, 로그에는 패턴으로 남아 있었다.

둘. "사고를 제도화하는 사람."

배포 순서를 잘못 밟아 잠깐 장애를 낸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배포 절차에 신호 규칙이 생겼고, 기능 간 파급 관계를 지도로 만들었고, 백업은 복원 리허설을 통과해야만 백업으로 치게 됐다. AI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빠른 사람은 많지만, 사고를 제도화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셋. "원리를 소유하려는 학습자."

이건 좀 뜨끔했다. 내가 Docker, pm2, DNAT, pg_hba 같은 걸 계속 물어본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변명하자면 — 발표에서 모르는 단어를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 AI는 그걸 "발표 전에 물었다는 게 특징"이라고 읽었다.

넷. "도구를 부리는 쪽."

AI로 디자인 시안도 뽑고 구현도 하고 문서도 쓰지만, 방향을 트는 건 항상 사람이었다는 것. 세션 로그를 뒤져보면 실제로 "잠깐, 그게 아니라"로 시작하는 내 메시지가 꽤 많다.

거울은 좋은 것만 비추면 안 된다

흥미로웠던 건 리스크 지적이었다. 요청하지 않았는데 두 가지를 짚었다.

"버스 팩터 1." 지금 프로젝트는 내가 곧 시스템이라는 것. 문서화로 완화하고 있지만, 조직 입장에선 여전히 "저 사람 없으면?"이 물음표라는 것. 그리고 역설적으로 — 그 좋은 평가가 나를 못 놓아주는 이유, 즉 성장 기회의 병목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요구 수용의 관성." 지금까지 들어온 요구를 거의 다, 거의 즉시 반영했는데, 사용자가 늘면 "빨리 해주는 사람"이라는 기대가 부채가 된다는 것. 어느 시점엔 우선순위를 협상하는 모습을 보여야 실행자가 아니라 제품 오너로 자리매김한다는 것.

둘 다 맞는 말이라서 잠깐 조용해졌다.

이 방법의 한계

물론 이 분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AI는 내가 보여준 것만 안다. 세션 밖의 나 — 회의실에서의 나, 말하지 않은 고민, 동료가 실제로 느끼는 나 — 는 이 로그에 없다. 그러니 이건 "객관적인 나"가 아니라 정확히는 "일하는 동안 기록된 나"다.

그리고 AI의 우호 편향은 조건을 붙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분석을 평가가 아니라 증거 목록으로 읽었다. "이런 행동 패턴이 로그에 남아 있다"까지가 사실이고, 그게 좋은 건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할 일이다.

세션 로그는 정직한 이력서다

이력서는 내가 쓰고 싶은 나를 쓴다. 평판은 남이 기억하고 싶은 나를 기억한다.

그런데 세션 로그는 다르다. 꾸밀 새 없이 쌓인다. 급할 때 뭘 먼저 챙기는지, 실수 다음 날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걸 어떻게 대하는지가 그대로 남는다.

AI와 매일 일하는 시대의 부수효과 하나는, 우리 모두가 자기도 모르게 꽤 정직한 작업 기록을 쌓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기록에게 가끔 물어볼 만하다. "나 어떻게 일하고 있어?"

답이 마음에 들든 뜨끔하든, 어느 쪽이든 공짜 거울이다.


이 분석에서 나온 네 가지 패턴은 About 페이지의 "How I Work" 섹션에 정리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