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처음엔 기분 좋게 실력이 늘었나 보다 했다. 그런데 정직하게 뜯어보면 코드를 더 잘 짜게 된 것도, 알고리즘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달라진 건 하나였다. 궁금한 것을 궁금한 채로 두지 않는 횟수.
질문에는 값이 있었다
예전에는 궁금함에 단가가 있었다.
뭔가 걸리면 검색하고, 문서를 읽고, 절반쯤 이해한 채 덮었다. 더 파려면 시간이 든다. 그래서 대부분은 '나중에 봐야지' 폴더로 갔고, 그 나중은 오지 않았다.
지금은 궁금한 순간 묻는다. 답이 오면 그 답에서 또 궁금해지고, 다시 묻는다. 이 되물음이 서너 번 이어지는 것 — 예전과 달라진 지점은 정확히 여기다.
한 번의 검색은 얕다. 그런데 그럼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그 방식의 비용은 무엇인지, 우리 상황에도 맞는지까지 내려가면 그건 더 이상 검색이 아니다.
값이 사라지자, 원래 갖고 있던 호기심이 그대로 실행이 되기 시작했다.
궁금증은 프로젝트가 된다
돌아보면 올해 만든 것들의 출발점은 전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리는데 왜 자꾸 놓칠까. 우리 부부 가계부를 직접 만들면 정말 쓸까. md 파일이 이렇게 쌓였는데 뭘 지워도 되는 걸까. 리뷰어가 없으면 리뷰는 영영 없는 걸까.
어느 것도 이 기술을 써보고 싶어서 시작하지 않았다. 전부 생활이나 일에서 걸리적거리던 것이었고, 이제 그것을 즉시 파고들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여기서 조금 서늘한 질문이 따라온다.
질문의 값이 모두에게 0에 가까워졌다면, 앞으로 사람 사이의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가.
고급 정보는 예전에도 있었다. 공식 문서도, 소스 코드도, 설계 논의도 접근이 막힌 적은 없다. 막혀 있던 건 그것을 소화하는 비용이었고, 그 비용이 낮아진 지금 남는 건 두 가지뿐인 것 같다.
무엇을 궁금해하는가. 그리고 궁금함을 얼마나 빨리 실험으로 옮기는가.
첫 번째는 취향에 가깝고 두 번째는 습관에 가깝다. 둘 다 도구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경계하는 것
빨리 얻은 답은 빨리 잊는다.
그래서 물어서 알게 된 것 중 실제로 프로젝트에 쓰인 것만큼은 내 문서로 다시 쓴다. 내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지식은 아직 내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 조심하는 건 판단이다. 질문이 쉬워졌다고 해서 결정까지 넘기지 않으려 한다. 답을 받아도 우리 상황에 맞는지 고르는 건 결국 내 몫이고, 그 근육은 여전히 직접 부딪혀야 붙는다.
빠르게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다른 일이다. 전자가 쉬워졌다고 후자가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는 걸 자주 확인한다.
그래서
개발을 더 잘하게 된 게 아니었다.
호기심이 많았고, 이제 그 호기심이 값을 하는 시대가 왔다. 그게 전부다.
다만 이 말은 조금 다르게도 읽힌다. 도구가 좋아진 만큼 드러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래 무엇을 궁금해했는가라는 것.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만들고 싶어 하느냐가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시대에 들어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