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내가 근무한 회사는 삼성전자 미국지사의 모바일 생산 부문 1차 협력사였다.

주로 휴대폰, 무선 이어폰 등을 라인에서 검수하고, 어셈블 및 패키징하는 것이 주된 프로세스였다.

해당 주요 프로세스를 달성하기 위해 발주 및 생산, 자재 및 물류 출입고, 검수 및 패키징, 테스트 등의 팀이 있었다.

나는 그중 자재 및 물류 출입고 관리에 배정받았고, 직급은 감독관(Supervisor)으로 입사했다.

생산 라인에 제품들을 매끄럽게 공급하고, 부족한 자재들을 발주하며, 재고 관리 및 반품 등 자재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했다.

파트타임 업무가 아닌 나의 첫 직장 생활이었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1년간 정말 많이 성장하고 싶었고, 1년간의 경험과 노력을 추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 결과, Supervisor로 입사해 Manager의 모든 역할을 수행해냈고,

인턴 최초 출장, 삼성전자 본사 회의 참석 등 많은 좋은 기회를 얻었다.

또한, 담당한 자재팀의 자체적 프로세스를 만들어 생산 효율을 높였고, 자재 손실율을 최소화했다.

스스로 너무나 열정넘쳤고, 성실했던, 그리고 뜨거웠던 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꼈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리뷰해보려 한다.


재고 관리 시스템 개선

주 5일동안 24시간 돌아가는 생산 라인에서 나는 주간 근무자였다.

처음 도착했을 때 쌓여있던 악세서리, 모바일 관련 재고들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해당 재고들은 모든 제품들이 뒤엉켜 있었고, 각 라인 생산자들이 추가 재고가 필요할 땐

쓰레기 더미에서 찾듯이 원하는 코드의 제품을 찾아 헤맸다.

이건 자재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오랬동안 방치되어 있던 레거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전체적인 매니징과 인력 관리를 해주시는 시니어 차장님을 많이 괴롭혔다.

정말 많은 질문을 드렸고, 디테일한 질문에는 “답이 없으니 알아서 잘해봐라”는 대답이 돌아오셨다.

그 때 정말 많이 성장했다. 처음엔 막연하고 두렵고 화도 났다. 신입에게 방법을 만들어서 하라니.

하지만 추후 깨달았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긴 문제 해결 능력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처음에는 수많은 자재들의 코드 번호를 인지해야 했다.

보이는 모든 코드를 엑셀로 정리하고, 수량을 체크하고, 같은 종류끼리 분리시켰다.

평일에는 주/야간 생산라인이 돌아가다 보니, 자재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한달 가량 매주 주말 토요일, 일요일에 출근해 자재 리스트와 패키징 리스트를 공부하고,

정해둔 당일 목표치만큼의 재고 정리를 시행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그 넓은 웨어하우스에서 재고 정리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재고량이 어마무시하다보니, 혼자서 정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스태프들을 주말에 불러 도움 요청을 하는 것은 특히 미국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평일 업무 시간을 재분배해서 재고 정리 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룰을 정하고 재고 정리를 진행했다.

매일 같이, 바쁜 날엔 적당히, 좀 덜 바쁜 날엔 많이, 꾸준히 정리하다보니 2달 여만에 모든 재고를 정리할 수 있었다.

반품 가능한 재고들은 물류 회사에 반품처리를 하였고,

악성 재고들의 경우, 상부에 보고해 자재 내역에서 삭제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남은 재고들은 우선 소진 매뉴얼을 만들어 소진하였고, 추가 재고들은 정확하게 관리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현장 재고나 시스템상으로만 등록된 재고들은 사라졌고,

입사 당시 존재헀던 6만개 가량의 자재들을 0개로 만들었다.


생산 라인 Loss 해결 경험

그렇게 재고 관리가 한층 나아졌으나,

생산 라인에서 자재팀에서 준비된 물량이 맞지 않아 생산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이 벌어졌다.

자재를 빠르게 추가 공급해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딜레이가 발생한다는 이 문제를 뿌리 뽑고 싶었다.

모든 큰 문제들은 작은 원인의 문제들이 쌓여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스템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우선 자재팀에 생산팀이 직접 들어와 추가 재고를 가져가는 이슈가 있었는데, 이를 원천 차단했다.

허락없이는 어떤 자재도 가져갈 수 없었고, 해당 자재를 직접 스태프가 전달해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래서 자재팀의 시스템 상 재고와 실물 재고가 일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생산 계획표가 확정되지마자 생산 라인별, 시간별 필요 자재들을 완벽하게 세팅했다.

준비된 파레트 위 물량을 스태프끼리 더블체크를 하는 템플릿을 만들었고,

컨펌 후에 생산라인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동간에 불분명한 로스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준비된 자재들은 랩으로 감싸 보관했고,

랩 위에 생산 라인 코드를 입력해 생산 라인 담당자와도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각 생산 라인별 담당자가 추가 재고를 요청할 시에는 확인 서명을 받게 하여

추가 요구 사항에 대한 책임감을 증대시켰다.

생산 자재 이동에 대한 불필요한 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자재 준비를 시스템화했더니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슈는 99% 사라지게 되었고, 생산 라인에 투입된 자재는 더 꼼꼼하게 검수되고

관리되어 추가 발주량이 0%에 가깝게 되었다.


입고 시스템 개선

자재 이동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컨테이너 차량이 도착하면 담당 물류 회사에서 자재를 확인 후,

해당 자재들을 우리 웨어하우스 존으로 옮긴다. 그리고 물류 회사에서 입고 처리를 한다.

여기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입고된 제품들의 검수없이, 자재를 받다보니, 잘못된 수량이나, 타사 자재들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겼고,

이는 회사 간의 책임 소재 문제로 커져,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 물류 회사 사무실에 방문해 매니저와 회의를 진행했다.

기존에, 우리 회사의 자재 관리 시스템에 하자가 많다 보니, 담당 물류 매니저는 신뢰가 낮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서로를 위해서, 입고된 제품은 무조건적으로 실물 검사를 시행하기로 약속했고,

서명지에 날인이 없는 경우, 입고 처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했다.

입고 처리를 하지 않으면 자재는 Pending 상태가 되는데,

해당 자재들에 대해 서로 cross tracing을 진행하면 충분히 원인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해당 매뉴얼을 적용시키기 위해 상호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점차 재고가 줄어들고 체계적으로 운용되는 상황에 서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오히려 잘못된 자재가 입고되면 서로 추적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물류 담당 매니저는 나와 높은 신뢰를 가질 수 있었고,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턴 마지막 날 나를 찾아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악수를 건넸다.

그 순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준비하다보니 실수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삼성 본사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을 때, 삼성이 가진 SAP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연동해 물류회사와 자재를 전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그리고, 계약직 만료 1개월 전에 패드가 보급되어 자재를 전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