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후, 기술 아티클(IT, 경제, 프로그래밍…)들을 정말 많이 읽었다. Surfit이라는 크롬 브라우저 내 플러그인 서비스를 활용해 유용한 아티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북마크에 저장해둔 수많은 회사와 갓반인(아티클을 잘 쓰시는 일반인 분들)분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들의 생각을 읽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단순 계산을 해봐도 2000개 이상은 읽은 것 같다. 이유는 많이 읽는 날은 5~10개도 읽었고, 대략적인 평균으로 적게 잡아 하루 3개로 계산하면 주 5일(×5), 한 달 4주(×4), 12개월(×12), 1년에 720개, 입사한 지 2년(1440개) 9개월(540개)정도 되었으니 1980개, 대략 2000개라고 계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을 한 번 회고해보려고 한다.

속독과 정보 소화의 패턴화

아티클을 많이 읽다보면 나름의 개인적인 글을 소화하는 방식이 생긴다. 아티클 전문기업이나 회사 기술 블로그 등 완전한 개인의 블로그가 아닌 이상 독자를 위해 기승전결을 고려한 컨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읽기 편하게 글을 다듬고 정리된 글을 주로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대략적인 중요한 내용들이 포진된 문단들이 있는데 해당 문단을 우선적으로 이해하고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경우, 주변 문단과 다른 문단을 서서히 퍼지며 흡수하는 방식으로도 읽곤 했다. 이는 아티클을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더러 내용을 중요도 있게 요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점진적으로 읽는 속도와 전반적인 이해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현 시대의 흐름에서 AI가 뽑아준 아웃풋을 인간이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요즘에는 ChatGPT나 Claude로부터 받은 긴 답변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핵심 문단을 먼저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세부사항을 확장해 읽는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무에서의 무의식적 유능성

이를 통해 전반적인 국내외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흐름 등의 변화에 대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딥한 이론이나 정보들을 AI를 통해 빠르게 연결해 흡수한다면 무의식적인 유능성을 가지는 것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만약 프론트엔드 개발 업무 프로젝트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내가 거치는 사고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이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것들을 검토한다. 이 단계에서는 과거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도메인이나 기술적 요구사항이 있었는지, 어떤 접근 방식을 사용했는지, 그때 마주했던 문제점들과 해결책들은 무엇이었는지를 빠르게 스캔한다.

그 다음, 전혀 새로운 부분에 대해 AI로 요약하고 해결해야 할 목표를 구체화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막연한 요구사항을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하는지, 현재 상황에서 가장 병목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개선 후 기대되는 결과는 어떤 것인지를 AI와의 대화를 통해 구체화한다.

해당 목표가 구체화되면 이전의 경험과 융합가능한지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구축했던 아키텍처나 컴포넌트 구조, 상태 관리 패턴들이 새로운 요구사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때로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확장할 수 있지만,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 후 확장 가능성과 최적화, 효율성 등의 디테일한 레이어들을 고려해 직접 설계를 진행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비슷한 요구사항이 추가되었을 때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성능상 병목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다른 팀원들이 유지보수하기에는 얼마나 복잡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때 AI를 활용해서 내가 놓친 부분이나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를 검토받는다. AI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설계의 허점을 찾아주거나, 내가 몰랐던 라이브러리나 패턴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의 제안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프로젝트의 맥락에서 정말 적합한지를 필터링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 속도를 최적화하기 위해 AI를 최대한 활용한다. 반복적인 코드 작성, 테스트 케이스 생성, 문서화 등은 AI의 도움을 받아 효율성을 높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AI가 생성한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프로젝트의 코딩 컨벤션과 아키텍처 패턴에 맞게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아키텍처나 해당 언어의 이론이나 철학에 의문점이 생기는 부분들을 검토해 복잡도를 낮춰 팀원들 간에 이해가 쉽도록 최적화해 나간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솔루션이라도 팀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복잡한 개념을 단순하게 표현하거나, 적절한 추상화를 통해 인터페이스를 깔끔하게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 모든 과정이 막힘없이 자연스레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게 되는데, 이는 자동화된 수행능력을 증명하고 현재 인간이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업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각 단계마다 의식적으로 고민해야 했지만, 지금은 이런 프로세스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듯 하다.

또한, 영향력있는 아티클들과 높은 공감을 받는 아티클들에 자주 노출되면 옳은 방향의 직관적 판단력 또한 크게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이나 라이브러리를 접했을 때, 그것이 단순한 유행인지 아니면 정말 가치있는 도구인지를 빠르게 판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많은 기술 아티클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신 기술을 반복해서 검토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단순획일화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히, 기술과 관련된 획일화는 레거시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획일화란, 예를 들어 jQuery같은 과거의 인기 기술을 고집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기술들도 특정 상황에서는 여전히 유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더 나은 대안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최신 트렌드와 레거시 기술 사이에서 균형과 안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복기의 필요성과 지식의 축적

아티클의 정보들을 음식이라고 생각했을 때, 소화를 하면 영양소로 흡수하긴 하지만 일정량 이후로는 대체적으로 흡수되지 않고 몸밖으로 나간다. 실제로 많은 정보를 읽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양소로 흡수된 것들도 하루 이틀이면 사라질 테니, 유의미한 영양소를 남겼던 아티클은 기록해서 내 생각과 비교하고 해당 영양소를 전파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요즘에는 인상깊게 읽은 아티클이 있으면 간단한 메모라도 남기려고 한다. 그 아티클에서 얻은 핵심 인사이트, 내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등을 기록한다. 이런 기록들이 쌓이면서 나만의 지식 베이스가 형성되고, 나중에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빠르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믿을 수 있는 건 눈에 보이는 결과, 기록했던 역사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해도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으면 검증하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에는 학습한 내용들을 블로그나 노션에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가능하면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는 경험도 함께 기록하려고 한다.

무력감과 회의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들

장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관한 아티클에 노출되면 급변하는 세상에서 불안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는 무력감과 회의감과 같은 좋지 않은 감정이나 생각의 뿌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것이 가끔 나를 힘들게 했다.

워낙 상상을 많이 하다보니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AI 세상에서 나약한 인간인 나라는 사람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일이 더 작지 않을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부터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 현실에 무기력함과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AI가 코딩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과연 개발자라는 직업이 몇 년 뒤에도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생각보다 이 여파가 커서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태도를 취하는 나를 만날 때 정말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평소에 긍정적이고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며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의 삶에서 좋은 영향을 주지 않기에 나에게 불안을 심어주는 AI에게 질문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구했다. 불안을 주는 AI에게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묻는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객관적인 조언을 구하기에는 AI만큼 편견 없는 상대도 없다고 생각한다.

불안해 할 시간에 무언가에 몰입해서 스스로 성취감을 얻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고, 긍정적인 미래를 전파하는 권위있는 인물의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개발에 몰입해서 새로운 기능을 완성했거나, 복잡한 버그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막연한 불안감을 압도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 아직은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이 많구나'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레이 커즈와일 -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라는 책인데,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고, 저자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고 있어,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커즈와일은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것을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바라본다. 이런 관점이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많이 덜어주었다. 이 책에 관한 리뷰도 나중에 작성해보려고 한다.

반발짝 빠른 정보와 그것의 실용적 활용

약간 빠르게 기술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주식을 소액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정보를 반발짝 빠르게 가지다보니, 여러 흐름을 결합해 투자를 했을 때 약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크게 손해를 본 부분이 없고 너무 안정적으로 투자를 하다보니 사실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명확한 이점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기도 하다.

예를 들어, AI 관련 기술 동향을 먼저 파악해서 관련 종목들의 흐름을 예측해보거나, 새로운 기술이나 떠오르는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할 때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을 예상해보는 식이다. 물론 이것이 항상 맞는 건 아니고, 투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기술적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완전히 맹목적인 투자보다는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데이터가 쌓였을 때 주식과 관련된 글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마무리

2000개의 아티클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의 변화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본질을 파악하고, 새로운 상황에 기존 지식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학습 방식을 지속하면서, 더 깊이 있는 기술적 전문성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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